일상다반사/운동기록

2023/09/02 첫 하프

낭만칼잡이 2023. 9. 2. 23:53

원래 나갈 때 하프를 뛰려 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평소 자주 하는 10km 기본으로 하고 거기서 괜찮으면 5km 정도까지 더 본거고, 그래서 에너지젤 같은거 없이 달랑 300ml 물 한병 꽂고 나갔습니다.

평소 자주 하는 10km, 괜찮길래 더 갑니다.

13km까진 가끔 해서 그런지 괜찮길래 더 갑니다.

과거 17km, 18km 경험이 각 1번씩 있는데, 시간이 많이 지난 일회성 경험이라선지 15km 정도에선 많이 힘들어졌습니다.

너무 힘드니까 머릿 속에선 하기 싫은 갖가지 이유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왜 내 발에 큰 보스톤12 신고 나온 날 이러고 있지?', '한꺼번에 거리를 이렇게 늘려도 돼는거야?', '무릎이 무거운거 같은데?', '발바닥도 아프네' 등등... 이런 생각을 끝도 없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런데이 앱에서 17km를 알리는 멘트가 나오고 머릿 속 정리가 됐습니다.

'어떻게든 4km 정도 더하면 첫 하프 거리구나... 한번 해보자'

하지만 지금까지 달려본 적 없는 거리가 돼며 바로 위기가 옵니다.

지금까지 힘든 것과 다른 느낌으로 몸 안에 에너지가 고갈된 것 같습니다.

한발 한발이 고통스럽기까지 하더군요.

풀 마라톤 뛰는 사람들이 30km 정도부터 지옥이 펼쳐지고 그걸 버티면 완주하는거라 많이 얘기들 하는데, 경험이 없는 저는 18km 정도에서 온 걸까요?

그 상태로 억지로 참으며 걷뛰하다 안돼겠다 싶어 근처 사는 친구에게 전화해 당 보충할 수 있는 음료를 러닝 코스로 부탁합니다.

친구가 건넨 게토레이... 그게 그렇게 꿀 같은 음료였던가요? ㅎㅎ

단숨에 2/3 정도를 들이키고 나머지는 들고 친구를 뒤로 하고 마무리에 나섭니다.

친구 기다리느라 좀 쉬었고 게토레이까지 마셔선지 잔여거리는 그럭저럭 마무리가 됐습니다.

끝나고 힘들고 지쳐 벤치에 앉아 괜히 혼자 웃습니다.

'내가 생각지도 않던 하프를 달렸네...'

누군가에겐 속도도 별로고 하프자체가 별거 아닐수도 있겠지만, 저는 누워서 숨만 쉬어도 힘들던 때가 생각나 오늘이 작은 행복으로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