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이야기/산행기억

설악산 귀때기청봉 [2011/06/12]

낭만칼잡이 2011. 6. 13. 18:30

※ 산행지 : 설악산 귀때기청봉(1577.6m)
※ 날씨 : 대체로 맑았으나 연무. 오후에 흐려짐, 산행종료 후 약간의 천둥을 동반한 비
※ 산행코스
한계령 - 귀때기청봉 - 대승령 - 장수대 (약 12km)
※ 산행일정
09 : 50 한계령 휴게소, 산행준비 및 시작
11 : 12 한계령삼거리
12 : 22 귀때기청봉
13 : 00 ~ 13 : 30 해발 1,395m 위치번호목 공터에서 점심식사
14 : 01 1,449봉
16 : 30 대승령
17 : 22 대승폭포
17 : 55 설악산국립공원 장수대분소, 산행종료
산행을 하면 안된다는걸 알고 있지만 설악의 강렬한 유혹과 운동도 못하는 갑갑함 때문에 나섰다.
특별한 사건은 없었지만 예상대로 반년동안 부실상태인 왼쪽 다리 때문에 개고생을 감수해야 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찬연이에게 다리 걱정을 하면서도 '아무리 그래도 꼴찌는 안하겠지'라며 약간의 농담을 할 정도의 여유를 부리기도 했었는데 이건 뭐... 아우... (꼴찌는 안했다. -_-;)
▲ 한계령 휴게소에서 바라본 칠형제봉
▲ 오늘의 산행기점 한계령휴게소
다리가 아픈지 반년이 됐고 그 안에 산행다운 산행을 해보지 않아 잘 할 수 있을지 조금 걱정이 됐다.
▲ 서북릉의 한계령 삼거리를 오르며 바라본 귀때기청봉
이 때만 해도 통증이 참을 수 있는 평시 수준이라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는데, 난 준치급은 돼나 보다' 하는 생각에 혼자 웃음짓기도 했지만, 얼마가지 않아 그건 자만심에 불과했단게 드러난다.
▲ 서북릉의 한계령 삼거리
다리가 좀 더 안좋아져 앉을 자리가 필요했는데 의자 꺼내긴 귀찮아 귀때기청 방향으로 조금 떨어져 좌우로 도둑바위골과 곡백운의 갈림길이 있는 공터의 돌 위에 앉아 후미 일행이 오길 기다린다.
▲ 귀때기청봉 오르는 너덜지대
▲ 너덜지대에서 바라본 귀때기청봉
다리가 아픈 내게 너덜지대는 여간 힘든게 아니다. ㅜ.ㅡ
▲ 너덜지대에서 바라본 중청과 대청
▲ 너덜지대에서 바라본 용아장성(앞), 공룡능선(뒤)
▲ 너덜지대에서 바라본 용아장성(앞), 공룡능선(뒤)
▲ 귀때기청봉의 정상이정표
정상에는 나무 때문에 360도가 완벽히 트이진 않았지만 파노라마 붙일 것을 염두에 두고 분할사진을 찍었는데 결과적으로 파노라마가 잘 엮이지 않았다.
산행객들이 많이 걸리더니 그 때문인듯 싶다.
하긴 연무가 낀 상태라 파노라마가 잘 엮였어도 결과물은 별로였을듯...
※ 귀때기청봉 명칭에 대한 설
두가지 설이 있는데 첫째는, 설악산의 대다수 봉우리들이 바위봉인데 반해 귀때기청봉은 육산임에 바위산도 아닌 것이 설악산에 끼었다고 대청에게 귀때기를 맞았다는 설이고, 둘째는 귀때기청봉이 대청봉에게 키재기를 하자고 했다가 귀때기를 맞았다는 설이다.
▲ 귀때기청봉에서 바라본 가리봉과 오른쪽에 뾰족하게 솟은 주걱봉
▲ 귀때기청봉에서 바라본 가야할 능선
중앙 뒤편 뾰족한 안산, 그 바로 앞에 하산을 하게 될 대승령이 보인다.
▲ 점심식사 했던 1395m 위치표시복
▲ 돌아본 귀때기청봉
▲ 상투바위골 암봉들
▲ 1449봉 계단을 오르며 돌아본 귀때기청봉
▲ 1,449봉 이정표와 가야할 능선
이정표는 귀때기청봉 1.2km, 대승령 4.8km 지점임을 알리고 있다.
그나저나 서북릉에 오래간만에 오긴 했는데 그간 등로에 변화가 좀 있다.
전에 로프를 잡고 오르내리던 구간이 죄다 계단이 설치돼 산행이 좀 수월해졌는데 문제는 내 다리가 좋지 못해 그 점에 대해선 피부로 체감하진 못했다.
▲ 1,449봉에서 대승령 방향의 바위군
▲ 1,449봉에서 대승령 방향의 바위군
▲ 대승령 이정표
하산하며 비는 내리지 않는 가운데 때때로 천둥소리가 들린다.
그나저나 생각해봐도 모르지만 이곳에 올 때마다 왜 '봉(峰)'이 아니라 고개를 뜻하는 '령(嶺)'이 명칭에 씌였을까에 대한 생각을 한번씩 하게 된다.
비슷한 경우로는 수도산-가야산 능선 상의 좌일곡령(1,258m), 망부석 전설로 유명한 치술령(796m), 설악의 마등령(1,327m) 정도의 비슷한 예가 있긴하다.
▲ 대승폭포
대승령에서의 하산길도 전과 다르게 돌계단 길로 변모해 있다.
나 같이 다리가 아픈 사람에겐 죽을 맛인 길일터... 아니나 다를까 이 악물고 내려와야 했다.
가오동에 사신 다는 분도 힘들어 하셨는데 '나만 그런게 아니네' 하는 생각이 들어 다소 위안이... -_-;
▲ 대승폭포 안내판
▲ 장수대
▲ 산행종료
※ 참고 1 설악산 대청봉(한계령-대청봉-공룡능선-소공원)[2010/09/26]에서 바라본 주변조망
▲ 대청봉에서의 조망 #1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음)
가장 좌측 뒤쪽으로는 계방산이나 오대산군이 보일만한 위치인거 같은데 구름 때문에 보이질 않는다.
▲ 대청봉에서의 조망 #2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음)
이 방면에서 가장 눈길을 끈 곳은 역시나 금강산이다.
이렇게 보면 철조망 같은 것도 안보임에도 가볼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 따지면 남한의 산도 공식적으로는 갈 수 없는 곳이 많네... ㅎㅎ
▲ 대청봉에서의 조망 #3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음)
※ 참고 2 ㄱㅏㄹㅣ봉[2010/01/17]에서 바라본 설악산 서북릉
▲ ㄱㅏㄹㅣ봉 정상에서 바라본 설악산 서북릉과 점봉산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음)
사실은 360도 파노라마를 염두에 두고 사진을 찍었었지만 배터리가 방전돼 전원이 나가버렸다.
지난 연말에 소백산에서도 산행 끝날 때까지 버텼었고 무엇보다 이 날은 그다지 추운 날씨가 아니라고 생각해 배터리 방전을 막기 위한 조치를 안하고 있었는데... 방심이었나 보다.
다시 작업해 보고 싶었지만 이런저런 어려움으로 ㄱㅏㄹㅣ봉에 이르는 시간이 너무 소요돼 버렸고 일몰시간 역시 부담스런 사항이었음에 배터리를 따뜻하게해 다시 써먹기엔 시간이 너무 없었다.